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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자 김종학


"수박만한 포도알·거대 오징어… 이중섭 작품의 생명력과 내가 추구하는 생명력은 통해
예술가에게 '계급장'이란 없다, 중견도 신인도 오직 작품으로 승부"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제23회 이중섭(李仲燮)미술상 수상자로 김종학(金鍾鶴·57) 세종대 회화과 교수가 선정됐다. 1982년 데뷔한 김종학은 다양한 소재의 탐색을 통해 작품 세계를 확장해온 작가.

21일 오후 세종대, 김종학의 연구실 벽에 검은색 철제 새우가 걸려 있었다. 드로잉을 철(steel)로 제작해 선(線)의 존재감을 한껏 살린 작품이다. 스틸은 김종학이 지난해부터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재료다.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듯 긴장한 새우의 등 마디가 이중섭 황소 그림의 불거진 뼈마디를 연상시켰다. 김종학은 "이중섭 작품의 생명력이 내가 작품에서 추구하는 생명력과 일맥상통할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상을 받게 되니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김종학_20110425__01.jpg

올해 이중섭 미술상 수상자인 김종학 세종대 교수는“중견 작가는 상을 받을 기회가 흔치 않은데 작업을 좋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용기가 된다”고 했다. /민봉기 기자 bongs85@chosun.com

1980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종학은 1982년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을 받으면서 화단에 이름을 알렸다. 미술상을 휩쓸며 승승장구했지만 35세 때인 1989년 가족과 함께 파리로 떠났다. "단색 위주의 미니멀리즘적인 작품을 주로 했는데, 어느 날 작업이 벽에 부딪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이란 무엇인가' 차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요."

그러나 파리에서도 도무지 '새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수년간 그림을 그렸다 찢기를 반복했어요. 밤새워 작업하고 다음 날 냉정한 시선으로 그림을 바라보면 누군가의 그림과 닮아 있거나, 전혀 그림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었어요.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저는 한국에서 잊혀졌죠."

돌파구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1993년 초의 어느 날 후식으로 먹던 포도에서 강렬한 생명의 에너지를 느낀 것이다. 갑자기 '포도알 하나를 수박만 하게 그려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가로 4m, 세로 3m짜리의 화폭에 자연의 에너지가 함축된 대형 포도를 그리고 나자 일상의 소소한 사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김종학_20110425__02.jpg

김종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포도’(2007). /김종학 제공

그해 겨울 귀국한 그는 이듬해 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가진 귀국전에서 거대한 포도, 거대한 서양배, 거대한 오징어 등을 그린 그림들을 선보였다. 캔버스 대신 프랑스에서 가져온 광고지를 사용해 광고지에 찍혀있던 글자나 숫자들이 그림 위로 언뜻언뜻 비치도록 했다. 귀국전은 호평을 받았다. 영국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에드워드 루시-스미스의 책 '아트 투데이(Art Today)'의 아시아 작가 파트에 귀국전에 나왔던 '3개의 서양배'가 백남준·하종현·김봉태의 작품과 함께 소개되기도 했다.

1999년 세종대 교수로 임용된 김종학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 왔다. 포도 작업을 할 때는 '면과 터치'에 집중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 시작한 '불꽃' 연작에서는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꽃을 갈색 패널 위에 커다랗게 그려넣었다. 색(色)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2009년 개인전에서는 물감 대신 자동차 외장에 쓰는 우레탄 도료를 사용해 보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종학은 "예술가에겐 '계급장'이 없다. 중견이든 신인이든 관계없이 오직 작품으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악산의 화가' 김종학(金宗學·74) 화백과는 서울대 미대 선·후배 사이. 이름과 직업, 출신학교까지 같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대학생 때는 당시 시간강사로 출강하던 '설악산 김종학'에게 온 미 대사관 행사 초청장이 그에게로 배달돼 영문 모르고 행사에 간 적도 있다. 그는 "'설악산 김종학' 선생님 덕분에 예순 가까운 나이에도 '젊은 김종학'으로 불리니 얼마나 좋으냐"고 했다.

김종학 수상기념전은 11월 10~20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마련된다. 시상식은 11월 10일 오후 5시 기념전 개막식과 함께 하며, 1000만원의 창작지원금과 상패가 주어진다. 

[심사평] "일상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 그의 작품선 잡초조차 주인공"

김종학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자신의 조형세계를 부단히 심화시켜온 점이 크게 작용했다. 작가는 프랑스 유학 후 줄곧 깊이 있는 공간과 중후한 색감을 특징으로 하는 회화를 발표해왔다.

그처럼 시종 평면과 씨름하면서 화면을 종이와 나무, 금속, 각종 오브제와 결부시켜 발전시켜온 예도 드물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에게는 캔버스가 ‘가장 즐거운 놀이터’나 다름없어 보인다.

김종학의 화두는 일상에서 생명의 경이를 발견하는 일이다. 작가는 포도를 비롯해서 파프리카, 월계수, 냉이, 잡초, 사과와 배와 같은 식물·과일을 자주 등장시키는데, 실생활에서는 소소한 존재인 이들은 그의 화면에서는 어엿한 주인공이 된다.

김종학의 회화는 생명의 소중함을 조형언어로 촘촘히 얼개 짓고, 그것을 현대문명과의 연관성에서 풀어간다. 지금은 막강한 문명에 눌려 초췌한 모습이지만 언젠가는 생명이 원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그가 여전히 생명주의자로서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표시이며, 그를 단순한 형상의 마름질이 아닌 ‘생명을 싹 틔우는 조형’을 마름질하는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표현에 도달한 것은 긴 호흡으로 자신의 작품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한 길을 고수하며 선묘화(線描畵)의 경지에 이른 이중섭처럼 김종학 역시 이미지와 물성이 결속된 중후한 화면을 추구하는 ‘뚝심 있는’ 작가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중섭 미술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최경한, 위원 윤명로 홍석창 심문섭 서성록)

김종학(金鍾鶴) 약력


▲1954년 서울 출생
▲1980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서양화 전공) 졸업
▲1987년 서울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1989~1993 프랑스 파리에서 작품 활동
▲2009년 ‘이미지와 기억’(가나아트센터), 2003년 ‘김종학전’(송미령 갤러리), 1998년 도쿄 무라마쓰 갤러리 초대전 등 1983년부터 개인전 16회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중앙미술대전 특선·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토탈미술대상 등 수상

현재 세종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 교수
 
 
자료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25/2011042500054.html?Dep0=twitter&d=20110425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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